[권은경] 누가 북한 당국에 ‘적대세력’인가?
2024.11.08
11월 7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을 대상으로 보편적 정례인권검토를 진행했습니다. 영어로 줄여서 UPR(Universal Periodic Review)이라고 불리는 보편적 정례인권검토는 세계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4년 반마다 한 번씩 자국의 제도, 정책 및 법률 내용, 정치행위 등 모든 방면에서 자국 국민들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하고 증진시키고 있는지 토론하는 유엔 차원의 행사입니다.
올해 북한은 이 제도가 생겨난 이후 4 번째 정례인권검토를 받았습니다. 매번 정례검토 때마다 북한 당국은 “미국 등 적대세력들이 공화국을 전복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모략하기 위해서 인권 공세를 펼친다”고 주장해왔는데요. 올해 4차 정례검토를 위해 평양에서 온 북한 간부들도 크게 다를 바 없는 표현들을 내놓았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의 유엔 대표부는 북한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겪는 다양한 불편함과 인권유린에 대해서 지적을 했는데요. 특히 북한주민들이 세계 정보를 알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법체계와 인터넷 차단, 정치적 사상적 토론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억압된 사회분위기, 성분에 기초한 차별제도와 강제로 건설현장에 동원되는 관행 등을 비판했고요.
이에 대해 북한 당국자들은 “전 세계가 북한의 특성과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오는 오해 때문에 이처럼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압박을 가한다”는 논리의 주장을 폈습니다. 북한 대표부 당국자는 “북한 주민들은 정치적 사상적인 주제에 대해 자기 의견을 완전히 자유롭게 제기할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강제노동에 대해서도 예년과 같은 주장을 했는데요. “청년들의 애국적 의지에 따라 사회의 문명화된 발전을 위해서 자유의지로 노동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의 어떤 법조항에도 성분에 따른 차별을 하도록 허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사회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 즉 반인도범죄가 북한의 관리소 등지에서 자행된다는 점에 대해서 그런 일 없다고 북한 당국자는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고 잔혹한 반인도 범죄가 일어나는데 어떻게 북한의 지도부가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아서 인민중심의 사회가 되었겠냐”고 반문했는데요.
유엔 국제무대에서 주장하는 북한 당국자의 이런 주장들이 청취자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엔 어떤가요? 동의할 수 있는, 맞는 주장들입니까?
당국의 명령이기 때문에 그리고 거절하면 더 큰 후과가 올 것이 두려워서, 어쩔 수 없이 돈과 힘이 없는 청년들이 동원되어 임금도 못 받으면서 수해복구사업은 물론이고 지역 살림집 건설현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잖아요? 또한 조부모가 전쟁 중에 남쪽에서 끌려온 세대나 조부모가 대지주였던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일꾼이 되기 힘들고 종합대학 들어가는 것도 힘든 게 현실인데요. 법 조항에 없다고 북한의 오랜 행정 관료주의와 관행으로 인한 인권 침해 현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데 말이지요. 또 여성들이 검사나 재판관으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는 현실도 성차별인데 이 사실도 북한 당국자들은 잊은 듯합니다.
북한 당국이 보편적 정례인권검토에서 주장하는 핵심적 내용 중 하나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해서였습니다. 북한의 주권과 발전, 인민들의 평화로운 삶에 대한 권리에 대적하는 가장 심각한 도전이자 최대의 장애물이 ‘적대세력’이라는 주장입니다. 적대세력은 자신들과 다른 이념과 이상을 추구한다는 단순한 이유로 사회주의를 전복하려고 군사적 위협과 압박을 지속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북한 내부 협조자를 통해서 취합한 정보를 종합해 보면, 북한 당국이 북한인민들 특히 청년들을 체제 위협 대상 즉 적대세력으로 간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구심이 듭니다. 북한의 청년들이 ‘다른 이념과 사상’을 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잠재성 때문에 외국 문화를 접하거나 유통하는 일까지, 즉 일반적인 나라에서는 너무나 일상화된 문화생활을 반국가 반체제 범죄로 정해서 공개처형까지 단행하는 법을 만들었지요.
이 말은 북한 당국이 실질적 위협으로 여기는 ‘적대세력’이란 북한 당국을 대상으로 인권 옹호 주장을 하는 미국과 한국, 유엔이 아니라 오히려 문화를 향유하고 지식을 쌓고 개인을 발전시킬 의지와 가능성을 지닌 북한 청년들을 북한의 최대 위협이자 적대세력으로 여긴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이렇게 북한은 자국의 청년들을 믿지 못하기에 청년들의 문화생활과 말버릇, 또 청년들이 배울 수 있는 지식까지 통제하는 법률들을 만들어 당국의 관리 통제 체계 안에 청년들의 정신세계까지 포함시켰습니다. 이러한 북한 당국의 행위는 국제적 수준의 인권 규범과 기준에는 정반대로 대립되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 주민들, 특히 능력 있는 북한 청년들을 ‘적대세력’으로 간주하는 정책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