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북한의 교권실추 원인은?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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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있을 교사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학부모의 악성 신소와 괴롭힘 그리고 과중한 교사 업무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20대 초등학교 교사의 49재를 기리기 위해서였고요. 이를 계기로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무례한 언행과 과도한 요구들로 땅에 떨어진 교권을 회복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아동인권 보장’의 이유로 교사들이 부모들에게 극도의 간섭을 받는 경우들이 생겨나면서 교사들의 학생생활 지도와 훈육에 지장을 초래할 때도 있다고 알려집니다. 이것은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와 역할에서 균형이 깨져서 나타난 결과일 텐데요. 1990년대까지 한국도 군사독재의 강압적 관행과 가부장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잔재해 있었기에, 교사가 훈육과 학업 지도를 이유로 학생들에게 폭행·폭언이 잦았는데요. 정치적, 사회적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인권’의 개념이 사회 전반에 확대되어 이런 폭력적 교사의 언행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런 시민적 인식의 진보는 학교폭력예방법, 학생인권조례, 아동복지법 등의 제정을 뒷받침 해줬고요. 역설적이게도 교사들의 훈육방식이나 생활지도 태도, 언행 등에 학부모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역효과를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일부 시민들의 미성숙한 개인주의적 생각으로 인해서, 교사와 학부모 간의 관계가 대립적 성격으로 변이돼 버린 건데요. 유럽이 수백 년 동안의 희생과 투쟁, 반목과 화합을 거치며 정립한 인권 의식과 사회 체계를 한국은 20-30년 안에 정착시키려니, 나타난 다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기회에 교사들의 교권도 재확립하고 아동 폭력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개입과 법 적용으로 해결책을 찾자는 지성의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계와 정계 그리고 시민들의 논쟁은 조만간 균형점을 찾아가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북한의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원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북한 교원의 권위와 명예도 상당히 실추되어 있는 현상을 북한 교육계에서도 수시로 발견할 수 있는데요. 북한의 교권실추 문제는 앞서 설명한 한국의 문제와 달리, 그 원인이 학교 바깥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북한의 교사는 학생들의 교육과 지도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인데요. 그 이유는 교사가 월급만 받아서는 교사 개인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부모가 돈이 좀 있는 학생들에게 생계를 의존할 수밖에 없고요. 돈 있는 집안 부모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수시로 학생 집에 찾아가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요구를 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관행입니다. 이런 원리는 학교운영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학생들에게 돈을 거둬서 학교꾸리기나 교실꾸리기를 해야 하니 교사가 학생들에게 직접 손을 내밀어야 하고요.
사회적 과제는 달마다 계절마다 떨어지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들에게 거의 매일 파철, 파고무, 나무열매, 토끼가죽, 화목 등을 내라고 요구하고 가정 형편이 안 좋아 과제를 못 내는 학생들을 집으로 되돌려 보내기까지 한다는데요. 그러니 사회적으로 교사를 ‘거두메 반장’이라고 조롱 섞어 부른다지요.
교사의 권위가 허상이 된 것은 무엇보다 학부모와 학생들 마음속에서 교육의 필요성과 동기가 희미해졌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교육을 받으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을 선배들이나 부모를 통해서 보게 되면 학생들은 학업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봤던 북한 어른들의 세계는 교육과는 무관하게 돌아가는 게 확연했지요. 타고난 집안의 출신 성분과 토대, 아버지의 직업, 태어난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현 상황을 고급중학교 학생만 되어도 다 알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여학생은 사회 지도자가 못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굳이 열심히 공부하려 하지 않고요. 남학생은 어차피 졸업 후 10년간 군대생활을 할 거니까 공부할 필요성을 못 느끼죠.
즉 북한의 교권 실추는 나라의 구조적인 본성이 만들어낸 결과인데요. 앞선 설명처럼 남한에서는 사회와 교사들이 집회와 논쟁으로 교권 실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럼 북한은 어떻게 해결할까요?
과거 북한에서 십년 이상 교원으로 일했던 분들께 물어보니, 북한 경제가 활력을 찾지 못 하면 지금처럼 학생들에게 사회적 과제를 거두고 선생님 생계를 책임지게 하는 풍토는 고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더해, 공부 잘해서 많이 배우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고 당 간부도 되어서 사회와 나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성공사례들이 나오지 않으면, 학부모도 학생도 교사도 지금과 같을 것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곳곳을 지배하는 토대, 계층 같은 장벽을 허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지난 6월에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 8기 제 8차 전원회의가 있었고 교육사업 발전에 대한 논의들이 중점적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노동신문은 ‘교육구조를 선진 교육을 줄 수 있게 혁신’하는 내용이 토론되었다고 했는데요. 여기서 말씀 드린 문제의 원인들이 제대로 논의되었기를 그리고 현실적인 개선 정책을 곧 만나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