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인터넷 없이 과학발전이 가능한가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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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의 한 고등학교 학생 10여 명으로 구성된 과학모임에서 헬륨가스를 넣은 풍선을 날려, 풍선을 지구 성층권까지 진입시켰다고 합니다. 풍선에는 카메라도 장착했고 대기압과 오존, 자외선을 감지하는 기기와 위치 확인 장치인 GPS도 탑재했답니다. 카메라는 풍선이 지구 성층권에 진입해서 한반도 남쪽 해안과 섬을 촬영한 영상을 전송했고, 영상은 인터넷의 동영상 공유 공간 유튜브에 공개됐습니다.
최근 한국의 교육체제 문제점이나 교권 문제 등 교육계를 둘러싼 심각한 보도 속에 등장한 학생들의 참신한 활동에서 상큼한 희망을 맛보는 듯합니다.
북한의 고급중학교 학생들도 이렇게 자발적인 학생모임을 가지며 원하는 대로 연구하고 실험하며 학교 생활을 즐기고 있을까요? 물론 제1중학교에서는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북한 당국이 일관성 있게 국가적 인재를 키우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러리라 예측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남한의 김해시처럼 저 멀리 지방에서, 예를 들어 함경북도 대홍단군 같은 곳의 일반 학생들에게도 이처럼 참신한 과학 실험의 기회가 주어질까요? 학교에 통신망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다 갖춰져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오후에는 사회적 과제 제출을 위해서 이삭줍기나 산열매 채취 같은 작업이 아니면 농사일이나 건설에 동원돼 노동하는 것이 보통 학생들의 일과일텐데요.
하지만, 북한도 8월 31일 청년 과학교육과 관련된 행사가 하나 있었지요. 지난 24일에 시작된 ‘전국 청년과학기술 성과 전시회’의 폐막식이 있었습니다. 노동신문은 출품된 4천 점 이상의 전시품 중 100여 건의 제안이 실용적 가치를 평가 받았다며 폐막식 소식을 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학기술 전시품인지 그리고 상용 가능한 전시 내용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북한 당국이 과학교육과 과학기술 혁신운동을 벌이는 것은 응원할 일로 보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과학과 교육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나라를 청취자 분들께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요. 바로 러시아의 서북쪽 국경에 접해있고 뽈스까(폴란드)의 북쪽 발틱해에 인접한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입니다. 인구 130만 명이 조금 넘는 아주 작은 나라인데요. 동구권 나라들이 구소련의 영향력에서 벗어 나면서, 에스토니아도 1991년 8월 20일, 독립을 결정했고 1994년 8월 31일에는 마지막 소련군 부대가 철수하면서 온전한 독립 국가가 되었습니다.
에스토니아가 세계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교육 때문입니다. 인터넷이라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요. 에스토니아는 한국보다 더 빠른 인터넷을 자랑합니다. 에스토니아는 1997년부터 모든 국가 행정체계를 인터넷 기반으로 구축해 전자정부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누구든 쉽게 사업도 시작할 수 있게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사업의 투명성도 법적으로 보호합니다. 심지어는 선거도 인터넷으로 진행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2023년 3월에 있었던 총선에 투표한 사람 중 51%는 인터넷에서 투표에 참가했고
해외에 있는 국민들도 쉽게 인터넷으로 투표한답니다.
미래 국가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요. 이런 인터넷 기반 국가에서 사는 시민을 기르는 교육 체계도 마땅히 인터넷 기반으로 이뤄집니다. 5세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초인 코딩 교육을 실시하며, 전 학교의 모든 수업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한 교육을 합니다. 코로나 대유행병 기간 전세계에서 일반화된 원격 화상 통화를 처음 가능하게 한 프로그램 기술도 에스토니아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평가를 실시하면,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 학생들이 전체 순위에서 항상 상위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상위권의 아시아 국가 학생들과 경쟁 상대가 되는 학생들이 에스토니아 학생들입니다.
이렇게 인터넷을 통한 개방된 교육과 정부 체계 운영은 국가의 발전에서 바로 알리는데요. 독립 직후 1993년에 1천1백 달러였던 1인당 국내 총생산이 2023년에는 약 2만 9천 달러에 달해 30년만에 26배의 경제 성장을 이뤘습니다.
인터넷은 전 세계와 교류하고 모든 영역에서 소통하는 기본적인 도구이자, 세계 전역에 흩어져 있는 과학 정보를 흡수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에스토니아의 안정적 성장과 번영의 기초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다른 나라들과 교류하지 않으면서 성장한 사례는 없습니다. 이건 사회, 문화, 경제 어느 영역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당국이 지금 청년 중시, 과학교육 중시를 외친다면 이에 걸맞게 학생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인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양성원,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