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등소평, 호치민 그리고 북한 태권도 선수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23.08.18
[권은경] 등소평, 호치민 그리고 북한 태권도 선수 사진은 1987년의 등소평(덩샤오핑)의 모습.
/AP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17일 아침, 북한 태권도 선수들이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 전날 오후 북중 국경 도시 단동에서 태권도 선수들은 기차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했고 18, 비행기로 카자흐스탄으로 향했습니다. 70여명의 북한 선수들은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8 19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되는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에 참석하게 됩니다.

 

코로나 대유행병으로 북한 선수들은 그 동안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각종 운동 경기에 참가하지 않았는데요, 향후 지속적으로 북한이 참가 할지는 아직 알 수는 없으나, 이번에 새로이 길을 튼 것만으로도 반가운 마음입니다

 

그러나 17, 여러 언론에 소개된 북한 선수들에 대한 처우 기사를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요, 베이징 기차역에서 북한 대사관까지 선수들을 버스로 이동시킬 때, 일반 중국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게 하기 위해 북한 선수들은 기차에서 다른 사람들이 다 하차하고 난 뒤 30분이나 지나 내려야 했고요. 선수들을 버스 두 대로 북한 대사관으로 이동시키는데 버스 창이 모두 커텐으로 가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코로나 방역을 위한 조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북한 선수들을 외부와 격리시키려는 정책이 북한 주민들의 현실로 여겨져 안타까웠습니다.

 

이번 북한의 세계 태권도 선수권대회 참가 소식 뿐 아니라 최근 북한 주민들이 외부로 조금씩 나온다는 보도가 들려오는데요. 오는 9, 중동의 사우디아리비아에서 열리는 국제 역도 선수권대회에 북한선수 16명이 이름을 올렸다고 알려졌습니다.

 

정치적인 문제와 크게 연관이 없는 체육 경기를 위해서라도 북한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자주 나오는 것이 긍정적으로 보이는데요. 제한되고 닫힌 지역 내에서만 실력을 연마하는 것보다 국제무대로 나와, 세계의 선수들과 실력을 경주하는 기회가 많을수록 북한 선수들의 실력과 전략이 그 만큼 향상 되기 때문입니다. 이건 비단, 체육 등 운동 종목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한 나라의 역사를 크게 좌지우지한 인물들은 그 나라 안에만 머무른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가서 더 큰 지식과 혜안을 얻어 자국으로 돌아와서 자기 나라의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사례들이 허다합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등소평은 1920년대, 십대의 나이로 프랑스에서 공부하며 막스레닌주의를 접했는데요. 등소평의 유학은 유법근공검학 운동의 일환이었습니다. 이 운동은 프랑스에 체류하며 일과 공부를 병행하자는 것으로 해외 국가의 과학, 지식, 기술과 문명을 배우고 경험해 중국을 되살리자는 국가적인 운동이었습니다

 

1910년대부터 30년 간 지속된 이 운동을 통해 중국의 청년, 학생, 근로자들을 프랑스나 벨기에(벨지끄) 등 유럽에서 일하고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당시 프랑스 등 유럽에서 유학했던 선구자들이 이후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가 되었는데요. 이들은 문화대혁명 이후 쓰러져 가는 중국을 구해내고 현재의 경제 강국이 되는 데 기초를 놓는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하는 등 업적을 이뤘습니다.

 

또한 베트남(윁남)의 혁명가이자 노동당 제 1서기장이었던 호치민도 1920년대 프랑스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습니다. 호치민은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을 독립시키는데도 큰 공헌을 세웠습니다. 1990년대 인도의 총리이자 재무상으로 인도 경제발전을 위해 핵심적 개선 정책을 펼쳤던 만모한 싱 또한 영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습니다. 폴란드가 1990년대 구소련의 영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 체제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정책을 세웠던 레젝 발체로비츠 부총리도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외도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훌륭한 인물들이 자신이 태어난 국가에서만 교육 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교육받고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경험도 쌓았습니다. 또 이런 경험들이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한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데 획기적인 기여로 이어진 사례가 많습니다

 

북한의 체육선수들이 조금씩 해외로 나와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기를 하며 실력을 겨루게 된다는 뉴스 보도를 보면서 해외에서 견문을 넓혔던 역사 속 인물들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북한의 10, 20, 30대 청년들도 앞으로 더 많이, 더 자주 중국과 유럽 여러 나라들로 나와서 다른 나라 사람들의 행동 양식도 보고 사회 제도도 배워서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양성원, 웹팀: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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