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진실의 이해를 돕는 정보유통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24.07.05
[권은경] 진실의 이해를 돕는 정보유통 2024년 6월 26일,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Julian Assange)가 호주 캔버라에 도착하면서 손짓을 하고 있다.
/Reuters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자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서 14년간 외국으로만 떠돌던 줄리언 어산지가 드디어 6 27, 고국 호주(오스트랄리아)로 돌아갔습니다.

 

줄리언 어산지는 2006위키리크스라는 비영리 언론 매체를 창립했는데요. ‘재빠르게 유출한다’는 의미의 단체 이름처럼 기밀 문건과 정보를 폭로해 왔습니다.

 

2010년, 어산지는 미국 정부의 이라크 전쟁 시기의 군대 기록과 문건, 외교적 의사소통 기록 등 방대한 규모의 기밀을 유출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반간첩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어산지를 기소했고 그의 도피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사건 초기 7년은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에콰도르 대사관에 도피해 있었는데, 2019년 에콰도르가 망명을 철회함으로써 영국 경찰에 체포돼 5년간 영국 벨마쉬 교도소에 수감됐습니다.

 

이후, 태평양에 위치한 미국령 섬, 사이판에서 미 연방법원이 열려 미국 정부와 어산지 사이에 합의가 진행됐고 결국 어산지가 유죄를 인정하는 조건에서 감형이 결정됐습니다. 판사는 5년 형을 선고했는데 어산지는 이미 영국 교도소에서는 5년을 복역했기에 풀려나게 된 겁니다.

 

복잡하고 긴 법정 공방 끝에 어산지는 고국 땅을 밟았지만 그의 석방을 계기로 전 세계는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으로 시끌벅적합니다.

 

국가의 안보와 기밀 유지 그리고 언론의 자유와 시민들의 알 권리, 이 두 가지의 가치 사이에 균형은 무엇이며, 어떤 가치가 우선하는가에 대한 논쟁인데요, 청취자 여러분들도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북한에서는 주민들의 알 권리를 주장하며 정부의 정책 등 정보를 유통하고 그 행위가 옳은가에 대한 토론을 할 수도, 또 정부 정책에 대한 다른 해석이나 평가를 내놓을 수도 없습니다.

 

최근 노동신문은 ‘알곡 생산 투쟁에서 당중앙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해, 논과 강냉이밭에 각각 3회와 4회의 김매기를 진행했다며 획일적 계획과 지휘, 실천을 어김없이 다그친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우리 국가제일주의는 존엄높은 인민의 나라, 사상적 일색화를 실현한 일심단결의 나라’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강조합니다

 

이렇게 김매기 횟수마저도 한 가지의 계획과 규율을 강조하고 사상적 일색화를 자랑하며 실생활에서는 주민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지는 않을까 단속에 여념이 없는데요. 최근엔 손전화로 사진과 동영상도 마음 편히 촬영하지 못할 정도로 통제가 심해졌다는 내부소식통의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 평양문화어보호법이며 청년교양보장법 그리고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주민들을 같은 색으로 맞추려고 통제하는 현실은 북한이 자랑하는 ‘우리 국가제일주의’가 실현될 수 없는 허상임을 알리는 신호가 아닌가 싶은데요

 

앞서 설명해 드린 줄리언 어산지의 위키리크스를 통한 기밀 정보 폭로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위키리크스의 정보 폭로는 국제사회가 더 많은 사실과 진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중국 당국으로서는 미국 정부에 반대하는 어산지가 곱게 보일 수도 있지만 중국 정부도 인정하듯이, 우리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정보가 힘이자 능력이 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제한적으로만 정보를 흘려보내거나 정부의 입맛에 맞는 정보와 지식만 허용하는 것이 맞는 일일까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정보를 통제하는 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민주적인 나라 정부들은 정보를 통제하기보다, 주민들이 더 유익하고 올바르고 균형 잡힌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받아들일 창구를 최대한 다양하게 마련해 둡니다. 그리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성과 논리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 환경 마련에 더 신경 씁니다

 

여러분들이 더 살고 싶은 나라, 정부와 주민들이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고 부강한 나라가 될 조건을 갖춘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요? 한 가지 종류의 정보와 목소리를 제한적으로 들려주며 다른 생각은 통제하는 나라인가요? 아니면 온갖 알록달록한 정보와 세계 모든 나라의 지식을 다 받아들여서 스스로 이로운 길을 찾아낼 수 있게 돕는 나라인가요

 

정보 홍수의 시대라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할 것 같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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