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노인복지의 답도 경제에서 찾아야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24.06.14
[권은경] 노인복지의 답도 경제에서 찾아야 2017년 5월 8일 북한 구장군 룡연리 언덕에서 촬영된 사진에서 77세의 마을 원로 김리준이 초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 제일 큰 타격을 받는 이들은 가장 취약한 부류의 사람들이겠지요. 취약계층 중에도 안타깝게 노인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최근 북한 노인들이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목소리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언론에서 자주 들립니다.

 

RFA도 최근 노인들의 어려움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는데요. 간부 출신 노인들마저 식량을 구걸하러 다닌다는 기사였는데, 북한의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사례들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초에도 노인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보도들이 여러 언론에서 나왔는데요. 장마당을 떠도는 꽃제비들 중 1/3이 노인이라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돌봐줄 자녀들의 형편이 넉넉지 못한 노인들은 이삭줍기나 심지어 옥수수 밭의 쥐굴을 찾아서 쥐들이 땅 속에 저장해 둔 옥수수를 주우러 다닌다고도 합니다.

 

제가 만나본 탈북민들도 북한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은 돌봐줄 가족이 없는 노인들과 아동들이라고 한결같이 얘기했습니다. 그나마 기력 있는 노인들은 의복이나 가발, 속눈썹 같은 제품들을 만드는 가내수공업에 참여할 기회라도 있으면 형편이 아주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농촌 등 지방에서 노인들이 돈벌이 할 곳이 변변히 없는 경우, 농장에 내다 팔 마른거름을 만드는 노인들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분을 펴서 말리기 때문에 당사자 노인들 뿐 아니라 마을의 위생 상태가 형편 없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전염병이 돌거나 기타 국가적 위기 상황에 맞닥뜨리면 위생 상태도, 건강과 영양 상태도 좋지 않은 노인들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되기 마련입니다. 국가가 힘과 경제력이 있는 경우는 여러 겹으로 사회복지 제도가 구비돼 있어서 노인들과 취약계층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복지 제도에 국가 예산을 넉넉히 쓸 수 없는 발전 도상에 있는 나라들을 위해 유엔 등 국제 기구들이 여러 협력 계획을 진행하며 노인 복지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유엔이 6 15일을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로 지정해 노인 인권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날을 기념해서 내놓은 유엔의 교육책자에서 노인 학대는 다양한 형식으로 벌어진다고 설명합니다. 구타와 같은 신체적 학대도 존재하지만 모욕이나 수치심을 주거나 따돌리는 등 심리적 학대도 있고요. 노인들에게 식량이나 살림집, 또는 의료지원 등 건강 관리 혜택을 제공하지 않고 방치하고 내버려두는 행위도 노인 학대라고 세계보건기구가 교육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식량이 넉넉지 않는 세대의 대다수 노인들이 노인 학대의 잠재적 희생자가 아닌가 우려되는데요.

 

가족 단위 농경 시대를 넘어서 지금은 개인화와 도시화가 이뤄진 시대입니다. 가족이 개인을 서로 책임져주던 농경사회는 막을 내렸고 개인화된 시민들이 스스로, 또는 국가가 책임지는 환경에 현 인류가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발전한 보통 나라들은 사회복지 제도를 대체로 갖춰서 노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건강과 살림살이를 돌보는 것은 당연하고요. 노인들의 문화생활과 지적 활동도 국가가 도와줍니다.

 

북한도 노인을 위한 복지제도에 대한 법령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먼저사회주의 노동법 74조에남자 60, 여자 55살에 이른 근로자들에게 일정한 근속 로동년한을 가진 경우에 년로년금을 준다고 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1년에는사회보험 및 사회보장법을 채택했고요. 이 법이 말하는사회보장이란나이가 많거나 병 또는 부상으로 로동능력을 잃은 사람, 돌볼 사람이 없는 늙은이와 어린이, 장애자의 생활과 건강을 국가와 사회의 부담으로 보장하여주는 인민적 시책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노인 인구를 위한 사회복지 정책들은재해방지 및 구조, 복구법적십자회법에도 있습니다. 즉 비상 재해가 발생했을 때 구호물자를 우선적으로 지급해서 구제할 대상으로도늙은이, 장애자, 녀성 같은 취약한 대상들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이 법 자체에도 빈틈이 보이는데요. 퇴직한 노인들을 위한 연로연금을 법이 정한대로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공식 직장에 일반적으로 배치되지 않는 여성들은 연로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간부 출신 노인이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닌다는 기사는 퇴직한 남성마저 연로연금을 받지 못하는 북한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간부로 일생을 보냈던 사람들도 연로보장을 받을 수 없는 수준의 국가 경제력이니 보통 사람들의 사정은 더 형편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 대유행병 시기 북한 사회 전반에 식량도 부족했고, 물류와 사람의 이동 통제도 심했기 때문에 특히 노인들이 많이 사망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이는 '재해방지 및 구조 복구법'도 실행되지 못하는 현실을 방증합니다.

 

시장경제를 세계시장에서 잘 실현하고 있는 베트남은 연금이나 사회보험제도를 갖추고 실행하는 동시에, 2021년에는 사회보장의 수혜자 폭을 넓혔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회 취약계층에게 주는 표준 사회 보조금은 월 15달러라는데요. 수정된 사회보장 제도에 따라, 60세 이상 80세 이하 노인 중 가족이 없는 분들은 이 금액보다 1.5배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되었고요. 80세 이상의 노인은 매월 두 배 더 많은 30달러를 받는다고 합니다.

 

 

북한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55~64세의 핵심 노동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인구 비율이 2021년에 27.2명에서 2070년에는 41.7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인구학자들이 전망합니다. 북한 당국이 지금 같은 경제력으로 증가하는 노인 인구를 보살필 현실적 방도를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예진 웹팀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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