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북한의 ‘미투 운동’ 가능할까?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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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영어표현인 ‘미투’는 ‘나도 마찬가지야'라는 뜻인데요. 이제는 성적 학대나 성희롱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인터넷 사회연결망에서 2006년 처음 등장한 표현인데 ‘나도 마찬가지로 성폭력을 당한 적 있다’고 표명하고 성폭력 희생자와 연대해서 다 함께 성폭력에 대응하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사회운동입니다. 

이 운동이 전 세계적인 시민운동으로 퍼지게 된 것은 2017년 10월 초 미국 영화계의 거물급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혐의가 폭로된 것이 계기였습니다. 인터넷의 사회연결망을 활용해 유명 영화 제작자의 추악한 성폭력 행위가 전파되면서 용기를 얻은여배우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올라와 와인스타인에게 성폭행 당한 경험을 자백하기 시작했습니다. 희생자들을 옹호하는 대단위의‘미투 운동’에 용기를 낸 세계적 유명 여배우들 역시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 시작했는데요. 하비 와인스타인은 2018년 5월에 마침내강간 혐의로 체포되어 2020년 2월, 23년 형을 받아 현재 감옥에 수감 중입니다.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며 사회적 존경과 신망을 받는 권위자가 권력을 이용해 저지르는 성폭력 행위에는 희생자가 오히려 사회적 지탄을 받는 상황에 놓이기 쉽습니다. 따라서 희생자는 안타깝고 억울하지만 피해사실을 고발하거나 폭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희생자들의 편에 서주는 연대의 힘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죠. 이 사실을 잘 보여준 것이 와인스타인 사건이며 이렇게연대하자는 움직임이 바로 ‘미투 운동’ 입니다.

한국에서도 문학계 원로 시인이 후배 시인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저지른 성폭력 행위를 폭로한 ‘미투운동’이 진행된 바 있었습니다. 미국인 영화 제작자 와인스타인처럼 처벌받지는 않았지만, 이 원로 시인은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어 국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있습니다. 

마침 지난 9월 29일 중국에서 ‘미투운동’의 결과로 유명 방송인의 성추행 소송 판결이 나와서 화제가 됐는데요. 중국에서는 미국이나한국의 미투 운동과는 조금 다르게 전개됐습니다.

피해자는 센쯔라는 여성인데요, 2014년에 견습생으로 중국 공영텔레비젼 CCTV에서 일하던 중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가해자는 유명 방송 진행자 주쥔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센쯔는 사건이 있었던 날 경찰에 신고했지만, 중국 경찰은 가해자 주쥔이 너무나 거물급인사이니 이 일을 덮어두라고 피해자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센쯔는 ‘미투운동’에 용기를 내어 폭로를 이어갔습니다. 이에 주쥔이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센쯔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서 사회적 문제거리로 부각됐습니다. 센쯔는 이에 굴하지 않고 중국법에 따라 ‘인격적 권리 침해’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이 같은 법적 공방이 오간 지 3년인 지난 9월 말,  중국 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성추행의 희생자 센쯔는 가해자 주쥔의 처벌이나 책임을 추궁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법정의 실패가 단순히 피해자센쯔의 실패로 기록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는 성추행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지만 센쯔처럼 피해사실을 폭로하며 법정까지간 사례는 아주 드물기 때문이랍니다. 피해 증거를 입증할 기준이 상당히 까다로운 중국의 법적 절차가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는데요. 센츠의 소송이 기각됐음에도 불구하고 센쯔의 지지자들은 여전히 인터넷 사회연결망에서 서로 소통하면서 용기를 북돋우고있다고 합니다. 센츠는 재판이 끝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의를 향한 싸움에 있어서 한 단계 진보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건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승리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여성들의 상황은 어떨까요? 북한의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피해 상황을 보안소에 제기하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적어도 인민반장에게라도 호소해서 가해자의 사과를 받아내는 수준이라도 된다면 진보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과 연대하는 세계적인 여성운동인 ‘미투운동’이 시작된 지 3년이 된 지금, 북한 여성들 사이에 ‘미투운동’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지 상상을 해봤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은경,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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