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정권의 패망이 한반도에 주는 교훈전성훈 - 남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성훈 - 남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 > < & /korean/ui/ssi/navbar.mas & > 후세인 정권의 패망이 한반도에 주는 교훈
전성훈 - 남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3.04.11
지난 4월 9일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가 함락되었습니다. 바그다드에서의 시가전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작전이 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 달리, 너무 쉽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라크의 최정예 군대인 공화국수비대가 별다른 저항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바그다드 입성이 무난하게 이뤄졌습니다.
수도인 바그다드가 함락된 것은 후세인 정권이 패망한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아직까지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고 일부 이라크군의 산발적인 저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후세인의 패망이 시대의 대세로 굳어진 것은 틀림없습니다. 벌써 이라크 내에 과도기구를 설치하고 민주주의 정권을 수립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연합군이 바그다드 시내로 입성하던 날 전세계의 텔레비젼에는 이라크 국민들이 후세인을 비판하고 연합군을 환영하는 모습이 방영되었습니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후세인의 동상이 무너질 때 환호성을 질렀으며, 부서진 후세인의 동상을 질질 끌고 다니며 좋아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바그다드 시민들의 이런 환호는 미 영 연합군이 이번 전쟁의 명분으로 내건 두 가지 가운데 하나, 즉 이라크를 민주화하고 이라크 주민들을 후세인 독재정권으로부터 구해내겠다는 명분이, 정당한 것이었고 또한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세계인들은 대통령 선거에서 후세인에게 거의 100퍼센트의 지지를 보냈고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후세인을 열렬히 환호하던 이라크 국민들이 어떻게 이렇게 짧은 순간에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해 매우 의아해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라크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강압적인 독재체제에서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살던 주민들이 후세인이 사라지자 마음껏 자기의 본심을 표출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라크 군인들도 끝까지 싸우기보다는 항복하거나 도망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전쟁 초기부터 백기를 들고 항복하는 이라크 군인들이 많았고, 바그다드 시가전을 앞두고는 공화국수비대의 병사들도 티그리스 강 유역을 따라 도망가는 모습이 목격되었습니다.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후세인이 수시로 텔레비젼에 나와서 몸을 바쳐 이라크를 사수하자고 외쳤지만, 많은 이라크 군인들이 후세인 정권을 위해 죽기보다는 자신의 생명을 건지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사실 독재체제의 특징은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내부는 썩을 대로 썩어서 조그만 충격에도 체제가 와해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980년대 말 동구 공산주의체제가 붕괴될 때도 이런 양상이 나타났었고,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체스크는 공개처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라크 전쟁이 사실상 끝남으로써 전세계의 시선이 한반도로 쏠리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후세인 독재정권이 무기력하게 붕괴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 지도부는 많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후세인 정권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을 것이고, 북한 내부를 더욱 단속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을 수 있습니다. 이제 미국과의 대결을 중단하고 미국이 원하는 대로 들어주면서 타협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라크 전쟁이 북한정권에게 잘못된 교훈을 주지나 않았을까 하는 걱정을 지울 수 없습니다. 잘못된 교훈이란 바로, 북한 지도부가 후세인과 같은 꼴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핵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하지만 후세인이 핵무기를 갖고 있었다면 미 영 연합군이 함부로 군사공격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핵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정권이 피하고자 하는 운명을 재촉하는 길이라는 점을 북한 지도부가 인식하길 희망합니다.